DURE LABOR CORPORATION
부당인사명령의 판단 구조
판결 요지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 직위해제, 배치전환, 전직 또는 전보처분 등의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사용자의 인사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는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ㆍ교량하고, 근로자와의 협의 등 인사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1993년경 농협에 입사한 뒤 2016년 원고 A농업협동조합에 전입하여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기제 전무’ 보직을 받았고, 2019년 및 2021년 2차례 재임용되었다. 2023년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앞두고 참가인은 다면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으나, 원고의 조합원 및 임원들과 수차례 불화가 있었고, 이로 인해 조합원 약 1,250명 중 약 140명이 참가인의 재임용 안건 부결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하였다. 2023.3. 17. 이사회에서 참가인의 재임용 안건은 부결 4명, 가결 2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되었다. 이에 따라 참가인은 2023.4.5. 보직이 ‘기획역’으로 변경되고, 같은 날 A농협 주유소장으로 배치되었다.
참가인은 위와 같은 보직변경 및 전보조치(이하 ‘이 사건 인사조치’라 한다)에 대하여 부당보직해임 및 부당전보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보직해임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전보조치는 부당한 보직해임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원고가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고, 원고가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은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 직위해제, 배치전환, 전직 또는 전보처분 등의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사용자의 인사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는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ㆍ교량하고, 근로자와의 협의 등 인사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한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64833 판결을 인용하면서, 참가인에 대한 전무 재임용 거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있고 주유소장으로 전보한 조치 역시 참가인의 직급에서 가능한 보직을 새롭게 부여한 것으로 부당 전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 사건 인사조치를 부당하다고 판단한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하여 재심판정을 취소하였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인사조치가 참가인의 보직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전무 보직을 다시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침익적 성격이 크지 않고, 전무의 지위를 고려하면 사용자의 재량이 넓게 인정된다고 하였다. 또한 전무 보직의 재부여에 대한 관행이나 기대권을 인정하기도 어렵고, 참가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이사회 논의 결과 재임용이 부결된 것이므로, 다면평가 결과 ‘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사회 의결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였다. 이 사건 인사조치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에 대해서도 참가인은 여전히 가장 높은 직급에 해당하는 점, 이 사건 인사조치 전후의 보수액에 현저한 차이가 없는 점을 근거로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였다.
전무의 업무와 지위를 고려하였을 때, 참가인이 농협의 조합원 및 임원과의 지속적인 불화로 물의를 일으켰다면 참가인을 전무로 재임용하지 않은 것이 정당하다고 본 대상판결의 결론 자체는 수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판단 구조에는 의문이 있다. 대상 판결은 이 사건 인사조치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정당하다고 판단하였고, 대상판결 외에도 그와 같은 구조로 인사명령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직은 근로자의 직무 내용이나 근로 장소를 변경하는 인사명령을 의미하는데, 전직의 개념을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그 밖의 징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위 규정이 징계처분 또는 그에 준하는 처분에만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권리남용금지원칙은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원칙으로, 신의성실의 원칙과 같이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일본과 같이 해고나 인사명령의 효력을 규율하는 법률의 규정이 없다면 권리남용을 근거로 하여 부당한 인사명령의 효력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것이지만, 이를 제한하는 명시적인 법률 규정이 존재함에도 권리남용론에 따라 인사명령의 효력을 판단할 필요는 없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서울고등법원 2018.2.1. 선고 2017누70153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을 근거로 “사용자는 인사권자로서 원칙적으로 근로자에 대해 인사발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가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므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는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종류ㆍ내용ㆍ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으로서 당초 근로계약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근로자가 예상하지 못한 상당한 불이익한 처분이라면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전보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당해 전보발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ㆍ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보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인사명령의 정당성을 판단하더라도 업무상의 필요성 여부와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의 비교ㆍ교량,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의 준수 여부 등 권리남용 여부의 판단에서 고려하는 사정들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고, 정당한 이유는 해고와 같이 침익적 성격이 큰 처분에 비해 다소 넓게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리남용론에 따른 판단과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판단은 증명책임의 소재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권리남용은 예외적인 사정에 해당하므로 인사명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가 증명책임을 부담하게 되지만,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에 대하여 사용자에게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규정으로 해석이 되므로 사용자가 인사명령의 정당한 이유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따라서 인사명령의 정당성 여부가 불분명하여 법관이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증명책임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판단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또한 근로자가 인사명령의 필요성 등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인사명령의 효력을 판단하게 되면, 사용자가 인사명령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처: 한국노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