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E LABOR CORPORATION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에 대하여
[판결 요지]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구성하는 기본급과 상여수당은 하나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비교 가능한 것에 해당하므로 대가관계나 연계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
1. 들어가며
우리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작성 및 신고의무를 부여하고(제93조), 그 작성 및 변경에 대해 근로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고 있다(제94조 제1항 본문). 이처럼 취업규칙은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작성되는 것이긴 하지만 일정한 법적 효력이 인정되는데(제97조), 다만 근로조건 대등결정(제4조)의 요청과 기득이익 보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제94조 제1항 단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은 원칙적으로 무효가 된다고 본다.
이때 취업규칙의 변경이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라면 이를 불이익변경으로 볼 것인지(인적 판단), 또한 취업규칙의 여러 규정이 동시에 개정되어 일부 항목은 유리하게 변경되고 일부 항목은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물적 판단)가 문제된다. 전자의 경우에는 ‘전체적 유불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상 불리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례법리가 확립되어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판례법리가 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 사건에서 대가관계나 연계성을 검토하여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다. 대상판결은 상여수당이 삭감된 반면 기본급이 인상된 경우, 불이익변경 여부의 물적 판단기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된 사건이다.
2. 사건의 개요와 당사자의 주장
피고 학교법인은 A대학교를 설치ㆍ운영하여 왔는데, 법인의 정관에서는 “대학교원의 보수는 자격과 경력 및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따로 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A대학교의 교직원 보수규정은 “교직원의 보수월액은 별도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여 피고 법인은 매 학년도에 ‘기간제 교원 기본급 표 및 수당 표’(이하 ‘보수표’)를 마련하여 기간제 교원에게 보수를 지급하여 왔다.
피고 법인은 원고를 비롯한 기간제 교원에게 매년 7월과 12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의 보수지급일에 기본급의 30%(연간 300%)를 상여수당으로 지급하여 왔으나, 2012학년도에는 보수규정과 보수표를 변경하여 3월과 9월 보수지급일에만 기본급의 50%(연간 100%)씩 상여수당을 지급하였고, 2013학년도부터는 보수표의 상여수당 항목을 삭제한 다음 상여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다만 피고 법인은 2012학년도 보수표를 변경하면서 2010년과 2011년에 동결되었던 기본급을 약 344만 원에서 약 454만 원으로 인상하였다. 그러나 2013학년도부터는 매년 2012년과 동일한 기본급 표를 작성, 즉 기본급을 동결하였다.
원고는 A대학교에서 기간제 교원으로 일해오다가 2021년 정년퇴임한 사람으로, 피고 법인의 2012년과 2013년 보수표 변경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함에도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종전의 유효한 취업규칙인 2011년 보수규정과 보수표에 따라 지급되어야 하는 상여수당 상당액을 청구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 법인은 2013년 보수표 변경의 경우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함을 자인하면서도, 2012년 보수표 변경의 경우 상여수당을 감액하는 대신 기본급을 크게 인상하여 원고에게 실제 지급된 임금총액은 오히려 종전보다 증가하였으므로, 이는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유효하다고 주장하였다.
3. 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 사건 원심은 2012년 보수표 변경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로는, 먼저 피고 법인의 보수규정에 따르면 기본급(봉급)은 호봉별로 지급되는 것인 반면 수당은 직무의 책임성 및 난이성에 의하여 지급되는 부가급여로 구별되어 있어 이 사건 기본급과 상여수당은 연계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 법인의 경우 2010년과 2011년에는 2008년 개정 「공무원 보수규정」상의 ‘대학교원 등의 봉급표’[별표 12]에 따라, 2012년에는 2012년 개정 「공무원 보수규정」상의 ‘국립대학 교원 등의 봉급표’[별표 12]에 따라 기본급을 정한 것으로 보이므로, 2012년의 기본급 인상은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른 봉급이 인상됨에 따라 같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상여수당을 삭감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기본급을 인상하였다거나 기본급 인상과 상여수당 삭감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원심의 판단에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즉 2012년 보수표 변경이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파기환송심에서 이를 다시 심리하라는 것인데,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대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물적 판단기준에 대한 기존 판례법리를 재확인하면서,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구성하는 기본급과 상여수당은 하나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비교 가능한 것에 해당하므로 대가관계나 연계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원심이 기본급 인상과 상여수당 삭감 사이에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제시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원심이 지적한 것처럼 A대학교의 보수규정에서 봉급과 수당의 성격을 구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사건 상여수당은 기본급 금액에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산정되는 것이므로 기본급 인상에 따라 상여수당 산정에 적용되는 비율을 낮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또한 상여수당은 기간제 교원들 모두에게 같은 비율을 적용하여 산정하는 것이므로 직무의 책임성이나 난이성 등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피고 법인의 정관이나 보수규정은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을 해당 연도의 공무원 보수규정에서 정한 봉급액과 연동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공무원 보수규정의 봉급액 인상에 따라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도 같이 인상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대상판결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지 않고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피고와 소외 대학교 교직원들 사이에 기본급과 상여수당을 별도로 취급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상여수당을 감액한 2012년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본급 인상이 함께 이루어진 경위와 그 대가관계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임금 수준이 전체적으로 감소하였는지를 살피는 등으로 기본급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었다는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분석
서두에 간략하게 언급하였듯 불이익변경인지 여부의 물적 판단기준에 대한 기존 판례법리는 하나의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가 변경되는 경우, 그 요소들 간에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경우라면 어떤 개별 요소만을 놓고 불이익변경이라 단정 짓지 말고, 다른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법리를 적용한 선례로는 퇴직금 지급률을 낮추면서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초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를 확대한 급여규정의 개정은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가 있으나, 명예퇴직수당의 지급률이 낮아져 그 자체로는 불리해졌다고 하더라도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초임금이 인상된 사안에서 보수체계의 개편으로 기초임금이 변화하자 이에 맞춰 지급률을 낮춘 것으로 짐작되므로 이를 반드시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 사례도 있고, 최근에는 방송국 기술직 근로자들의 근무형태를 교대근무제(4조 3교대)에서 병합근무제(4조 3교대제와 3조 3시차제 병행)로 변경한 것은 근무형태가 크게 불규칙해졌다거나 업무부담이 증가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일부 근로조건에서 다소 저하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밤샘근무가 대폭 축소되는 등 근로조건이 향상된 부분도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다.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기존 판례법리를 재확인하면서도,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구성하는 기본급과 상여수당은 하나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비교 가능한 것에 해당하므로 대가관계나 연계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새로이 언급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피고와 소외 대학교 교직원들 사이에 기본급과 상여수당을 별도로 취급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는 점을 새로이 언급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대상판결은 종전의 법리에 따라 변경되는 요소들 사이에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경우 변경되는 요소들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유기적 관련성 내지 동종적 관련성)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다고 추정하여 관련 요소를 모두 고려하는 종합적 판단을 하도록 하고, 다만 이를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 예컨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없다는 점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사 합치가 확인되면 그 추정이 복멸된다고 보아 종전의 법리를 보다 구체화하고자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취업규칙의 경우에 사용자가 주체가 되어 작성ㆍ변경하는 것이므로, 이 과정에서 변경되는 근로조건의 요소들이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없다는 점에 대해 당사자들의 명확한 의사 합치가 이루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취업규칙 변경의 경위와 당사자들의 관행 등을 종합하여 대가관계나 연계성에 대한 추정을 복멸시킬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두고 중점적으로 심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공무원 보수규정」과 이 사건 보수표의 관계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원심과 달리 대상판결은 피고 법인의 보수규정과 보수표가 「공무원 보수규정」과 연동되어 있지 않다고 보았는데, 피고 법인 외에 일부 사립대학에서는 소속 교원의 보수를 공무원 보수규정과 직접 연동해 온 사례들이 발견되고, 원심판결에서 언급되었듯 피고 법인은 2012년에는 2012년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서, 2010년과 2011년에는 2008년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을 정하였는데,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공무원 보수규정이 2010년까지 동결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기본급을 인상하여 온 관행, 즉 기본급 인상은 이에 따른다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8년 이전 기간을 포함하여 이 사건 보수표와 공무원 보수규정의 관계는 어떠하였는지, 2011년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의 취지가 기본급 인상에 맞추어 상여수당을 함께 조정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5. 판결의 시사점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었고, 이에 맞추어 새로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는 수당을 폐지하고 다른 수당을 신설하는 방안 등 임금 및 수당체계 변경에 대해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대상판결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어디까지나 변경 후 임금총액이 명백히 증가한 경우이면서 기본급 인상과 함께 사실상 기본급화되어 있는 정률형 정기상여금의 감액이 같이 이루어진 사안에 대한 것이므로, 대상판결의 취지를 임금 총액만 감소하지 않는다면 일부 수당을 그 지급목적과 무관하게 임의로 축소 내지 불리하게 변경하여도 된다고 본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을 행정관청에 신고할 때 근로자 집단의 의견을 들었음을 증명하는 자료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94조 제1항 본문 및 시행규칙 제15조; 위반 시 과태료). 따라서 사용자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근로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그 변경 내용과 취지를 설명할 것이 요구된다는 점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사용자로서는 이러한 변경이 불이익변경인지 여부 및 그 유효성을 둘러싼 사후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취업규칙의 변경이 불이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 그 변경에 동의할 것이라고 기대해볼 수 있고,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절차적 노력을 다해두어야만 만약 차후에 이것이 불이익변경으로 판단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그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것이어서 이것이 예외적으로 유효할 수 있음을 다투어 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