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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직접 고용된 파견근로자의 퇴직금 기산일에 관한 합의의 법적 성격과 효력
[판결 요지]
이 사건 퇴직금 합의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의 새로운 기산일을 정하고, 그 전까지 발생한 퇴직금을 피고가 원고들에게 미리 정산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한 합의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퇴직금 합의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6호에 정하고 있는 ‘사용자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을 통하여 일정 나이, 근속시점 또는 임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나아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나머지 각 호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퇴직금 합의는 그 요건을 갖추지 않은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이므로, 무효라 할 것이고 결국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퇴직금 합의에 따라 지급한 퇴직금도 유효한 중간정산 퇴직금이라고 할 수 없다.
1. 사건의 개요
원고들은 타 업체 소속으로 피고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피고와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에 직접고용된 후 2020. 12. 31. 내지 2021. 12. 31. 퇴직하였다. 이 사건 합의는 원고들 등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 청구 소송(이하 ‘이 사건 소송’)이 항소심 계속 중이던 2017. 9.18. 이루어졌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피고는 이 사건 판결에 의거하여 고용간주일 및 고용의무일(이하 ‘직접고용일’)을 인정한다. ②피고는 직접고용일로부터 직급, 호봉, 근속연수를 비롯한 직접고용일로부터의 근속에 따른 권리를 모두 인정한다. ③원고들 등은 피고에 복직하고, 이 복직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인정된 직급, 호봉, 근속기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직접고용일을 최초 입사일로 본다. ④피고는 이 사건 판결의 취지에 따라 임금 및 퇴직금 등과 소송비용 지원금을 산정하고, 퇴직금 차액 지급에도 불구하고 직접고용일을 기준으로 직급, 호봉, 근속연수는 그대로 승계된다. ⑤피고는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들 등의 고용기간은 만 60세가 되는 해의 12. 31.을 정년으로 하고, 만 57세부터 임금피크(기본급 70%)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원고들 등은 2015.2.28.까지의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2. 쟁 점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가 퇴직금청구권의 사전포기로서 강행규정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합의가 없었더라면 원고들의 고용간주일로부터 근속기간을 산정하여 받았을 퇴직금에서 이 사건 합의의 중간정산금 및 기지급 퇴직금을 공제한 차액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소가 부제소합의인 이 사건 합의에 위반하여 부적법하다고 다투는 한편,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금원 지급은 원고들의 퇴사 및 피고로의 재입사를 전제로 한 것으로서 퇴직금 중간정산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6호에 정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도의 도입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로서 유효하다고 항변하였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였다.
3. 제1심의 판단(원고들 패소)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합의 체결 경위나 이익 귀속, 제반 사정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어 강행규정에 저촉되지 않아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원고들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하여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내용과 다르게 기산일을 정하여 퇴직금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제1심 판결의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①이 사건 합의는 구체적으로 정산일을 특정하여 퇴직금 정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당사자가 원고들 등 근로자와 그들이 속한 노동조합이고 피고는 이를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 ②원고들 등은 소속업체로부터 이미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 이 사건 판결의 취지에 따라 피고에 직접 고용된다면 기수령 퇴직금을 피고에 반환하여야 하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목돈으로 반환에 부담이 되는 기수령 퇴직금을 보유하되 새롭게 퇴직금 정산 시기를 정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퇴직금 정산을 먼저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서 퇴직금의 중간정산 사유로 열거한 사유들과도 관련이 있는 ‘긴급한 자금 수요’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③이러한 제의는 원고들의 노동조합 관계자 및 이 사건 판결을 이끌어낸 원고들 소송대리인의 법률적인 검토를 통하여 선제적ㆍ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 ④이 사건 합의의 나머지 내용도 이 사건 판결에서 피고에 대한 근로자지위를 확인받고 일부승소한 원고들에게 전반적으로 유리하게 이루어졌다. ⑤당시 언론과 노동계 역시 이 사건 합의를 직급, 호봉, 근속연수를 비롯한 직접고용일로부터의 근속에 따른 권리를 사측에서 처음으로 모두 인정한 긍정적인 사례로 받아들였고, 적어도 근로자에게 불리하거나 위법한 퇴직금 중간정산이라는 지적이나 문제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이 사건 합의에 직접 관여한 노동조합 관계자들에 대한 언론 인터뷰도 마찬가지이다). ⑥이 사건 합의는 강행규정이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 즉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합의라는 외관하에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퇴직금 총액을 감액하는 수단으로 중간정산을 이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4. 항소심의 판단(원고들 승소)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합의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이 사건 퇴직금 합의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의 새로운 기산일을 2015.3.1.로 정하고, 그 전까지 발생한 퇴직금을 피고가 원고들에게 미리 정산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한 합의라고 인정한 다음, 이 사건 합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각 호의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에 해당하지 않아 그 요건을 갖추지 않은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항소심 법원이 이 사건 합의가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로서 무효라고 판단한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①이 사건 판결에 관한 항소심 계속 중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판결 기준 복직 전일까지의 기준으로 보상금 안을 제시하였다. 그 후 원고들 측과 피고 측 사이에 2017. 8. 30. 실무협의 회의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합의에 포함된 이 사건 퇴직금 합의는 임금피크제와는 관계없이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복직 조치를 하면서 직접고용일을 둘러싸고 언제부터 그 직접고용일을 정할 것인지, 이에 따라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②실무 협의가 재차 이루어졌는데, 원고들이 속한 노동조합은 보상금으로 ‘이 사건 판결 금액을 수용, 2015.2.28. 기준으로 퇴직금을 정산’하여 줄 것, 이와 별도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을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만 57세부터 기본급 70%를 적용’하는 것을 피고에게 제시하였고, 피고는 수용 의사를 표시하였다. ③그 후 원고들과 피고가 각각 수정합의서를 제시하였는데 각각의 합의서에는 퇴직금 중간정산금(또는 퇴직금 차액)을 주고받을 것을 전제로 직접고용일 기준 직급, 호봉, 근속연수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기재만 있을 뿐, 피고가 작성한 수정합의서에도 원고들에 대한 임금피크제가 적용됨을 전제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한다는 기재는 없다. ④최종 실무 협의에서도 원고들이 임금피크제가 적용될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 사건 퇴직금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⑤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에 기재된 퇴직금 기산일인 2015.3.1. 당시 피고가 주장하는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인 만 57세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원고들은 당시 만 54세 또는 55세이다).
항소심은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 및 금반언 원칙에 반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합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한 중간정산 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게 됨으로써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 퇴직금 미달액 등의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반면 원고들은 이 사건 퇴직금 합의 당시에는 예상치 않았던 이익을 얻는 불가피한 결과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원고들은 정당한 임금으로서의 퇴직금을 수령하게 되는 것일 뿐 이를 두고 원고들이 부당한 이익을 누리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퇴직금 합의가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라도 이는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의 취지를 회피하기 위한 행위일 뿐인 점, 원고들이 지급을 구하는 퇴직금의 금액이 불합리하거나 현저하게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고, 원고들의 청구로 인하여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5. 검 토
제1심과 항소심은 부제소합의를 이유로 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을 모두 배척하고 실체 판단을 하였다. 다만 이 사건 합의의 효력 여하에 관한 제1심과 항소심의 결론은 상반되었다.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합의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합의의 체결 경위 특히 원고들이 속한 노동조합 측이 먼저 제의하여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된 사정을 고려하여 합의의 유효성을 인정하였다. 반면에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합의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에 해당함을 명확히 하고, 이를 전제로 퇴직금 중간정산의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단계로 나아가 이 사건 합의가 해당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의 효력에 관하여 제1심은 완화된 기준을, 항소심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모양새다.
직금 중간정산은 중간정산이 없었더라면 최종 퇴직 시 받을 수 있는 퇴직금보다 통상 적은 퇴직금을 받게 되므로 퇴직금의 일부 사전 포기와 실질이 유사하다. 퇴직금 사전 포기의 예외적 허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판례에 의하여 그 유효성이 인정되어 오다가, 1996.12.31.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법제화된 것으로, 근로자가 퇴직하기 이전이라도 필요한 시기에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자는 누적되는 퇴직금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여 퇴직금 제도가 탄력적으로 운영되게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제도 도입 이래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를 줄곧 유효한 중간정산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중간정산의 남용으로 인해 근로자의 퇴직 후 생활보장적 기능이 약화된다는 비판에 따라 2012.7.26. 시행된 개정 퇴직급여법에서부터는 중간정산 사유를 제한하게 되었다. 개정법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는 ‘주택 구입’, ‘주택임대차 보증금 부담’, ‘근로자와 배우자 등 생계를 같이하는 부양가족의 요양’, ‘근로자의 파산 및 개인회생’, ‘임금피크제 실시로 인한 임금 감소’ 등으로 열거되어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제도의 취지와 달리 소송으로 이어지는 분쟁은 대부분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대부분 사용자의 특정 행위가 매개가 되어 사용자의 주도로 중간정산이 모든 근로자에게 일괄적으로 시행되고, 결국 그 당부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사건과 같이 근로자 측의 요구로 중간정산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어느 경우에나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중간정산 합의 및 법령이 정한 중간정산 사유가 존재하여야 한다. 직접고용이 간주되거나 직접고용 의무 발생 후 계속 근로한 파견근로자의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이들에 대한 퇴직금 중간정산을 널리 허용하면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 파견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 경제적 부담을 개별 합의 또는 노사 합의를 통해 회피하려는 유인이 커지게 되고, 이는 실제 퇴직일까지의 퇴직금을 후불적 임금 및 퇴직 후 생활보장 수단으로 온전히 보호하기 위해 중간정산 사유를 제한한 개정 퇴직급여법의 취지 및 강행규정성에 반한다. 노사 합의를 번복하고 퇴직금 차액을 구하는 근로자들의 청구를 신의칙 및 금반언을 들어 쉽게 배척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