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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원회 구성에 대한 공정대표의무의 효력

  • 작성자 : 노무법인 두레
  • 작성일 : 2025.11.29
  • 조회수 : 73

징계위원회 구성에 대한 공정대표의무의 효력

대법원 2025.07.18 선고 2023두61370 판결


판결 요지

[1] 단체협약에서 징계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고 근로자측 위원을 노동조합이 지명ㆍ위촉하도록 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하고 있는 경우,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소수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서 소수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을 배제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조합원들만을 근로자측 위원으로 선임하였다면, 이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징계 절차에서 소수노동조합 등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으로 공정대표의무에 위배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그러므로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소수노동조합 소속의 조합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서 이 사건 규정에 따라 근로자측 위원을 선임할 경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수노동조합 소속의 조합원을 1인 이상 근로자측 위원으로 선임함으로써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소수노동조합 등의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3] 이 사건 규정은 근로자의 근로권과 그 방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 사용자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구성된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하였다면, 그러한 징계권의 행사는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 사건 규정을 위반하여 해당 근로자의 방어권 행사를 제약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B회사는 시내버스운수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복수 노조가 존재하고 있는데, 다수노조인 갑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이하 ‘교대노조’)으로 소수노조인 을노조보다 조합원 수가 13배 이상 많다. B회사의 버스기사로 근무하던 원고 A는 을노조 소속으로, 2020.4.8. 출근 후 관리과장과 다툼을 벌인 뒤 버스를 운행하지 않고 조퇴하였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이 사건 규정은 “상벌위원회는 사용자측 위원 3인과 근로자측 위원 3인으로 구성하며 사용자측 위원은 대표이사가 위촉하고, 근로자측 위원은 노동조합에서 지부장이 위촉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회사는 갑노조에게만 상벌위원회 개최를 통지하고, 근로자위원을 갑노조 측으로만 구성해 상벌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상벌위원회는 A에 대하여 위 일자의 배차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승무정지 5일의 징계처분을 내렸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 A는 이에 불복하였으나 상고심 전까지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회사의 이 사건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징계처분에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며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상판결은 그 근거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제시하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4 제1항은 공정대표의무에 관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교대노조와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8.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등). 단체협약에 명시된 이 사건 규정을 적용하여 상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실체적 공정대표의무의 적용 영역인 ‘단체협약의 이행과정’과 관련이 있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규정의 취지를 징계에 대한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의 참여권을 보장함으로써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함과 아울러 사용자의 징계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다음(대법원 2009.3.12. 선고 2008두2088 판결 등 참조), 이를 바탕으로 이 사건 규정의 효력이 소수노조에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소수노조 소속의 근로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서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참여권을 소수노조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사용자와 교대노조가 이 사건 규정에 따라 근로자측 위원을 선임하면서 소수노조를 배제한 채 오로지 교대노조의 조합원만을 선임하는 경우, 소수노조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소속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징계처분에 관하여 이 사건 규정에서 보장한 참여권조차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에 이르게 되며, 노동조합 간에 조합원 확보 등을 위하여 단순히 경쟁하는 차원을 넘어 반목ㆍ갈등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교대노조의 조합원만을 근로자측 위원으로 선임할 경우, 징계의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함과 아울러 사용자의 징계권 남용을 견제하고자 한 이 사건 규정의 취지가 제대로 달성되지 못할 우려도 크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판결 요지[2]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 공정대표의무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소수노조 소속 조합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서 근로자측 위원을 선임할 경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수노조 측을 1인 이상 근로자측 위원으로 선임하여야 하며, 이와 달리 소수노조 조합원을 배제한 채 오로지 교대노조 측으로만 근로자측 위원을 선임한다면 징계 절차에서 소수노조 등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으로 공정대표의무에 위배된다고 판시하였다.


끝으로, 대상판결은 판결 요지[3]과 같이 회사가 이와 같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소수노조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소수노조 소속 A를 징계한 것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실체적 공정대표의무의 경우 그동안 조합사무실 제공, 근로시간면제 배분, 게시판 사용, 차량 배정 등 단체협약에 따라 이루어지는 물질적 급부를 대상으로 문제제기된 경우가 많았는데, 대상판결은 징계위원회 구성을 통한 노동조합의 절차적 참여권 부여에 있어서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다룬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징계는 근로자의 신분에 직접적인 불이익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공정성을 담보 받고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보장받을 필요가 크다. 이 사건 규정과 같이 징계절차에서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는 단체협약 규정은 근로자의 이러한 필요에 대응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징계대상자가 조합원(특히 조합간부)인 경우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과 같이 상벌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다수노조의 참여만이 인정된다면 노노갈등이라는 현실적 상황상 소수노조 및 그 조합원의 입장에서는 다수노조 측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대상판결은 소수노조의 징계절차 참여권 보장 필요성 및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여 소수노조에게 최소한의 숨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 실체적 공정대표의무는 통상 사용자가 제공하는 물질적 급부의 배분과 관련하여 논의되어 왔고, 이 경우 법원은 대체로 조합원 수에 따른 비례적 적용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경향을 보여왔다. 대상판결의 경우에는 조합원 수를 비교하지는 않았지만 근로자위원 임명 시 전면배제가 아니라면(즉, 단 한 명만 참여해도 충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13배 이상의 조합원 수 차이를 고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엄격하게 비례성을 따진 것은 아니지만 근로자위원의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최소한의 참여권만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여전히 비례적 배분이라는 큰 틀은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징계절차 참여권’은 추상적이고 계량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물질적 급부 중심의 종래 사안들과 구분되는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조합원 수에 따라 배분하던 기존의 사례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소수노조 조합원이 징계대상이거나 징계에 있어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라면 소수노조만으로 상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상벌위원회는 통상 다수결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러한 다수결에 의한 결정구조하에서 소수노조 측 근로자 1인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징계대상자의 입장을 실질적으로 대변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자칫 “절차에 참여시켜 줬다”는 명분만 제공해 소수노조를 들러리로 전락시키면서 소수노조 조합원의 소명기회를 부당하게 제약하거나 소수노조의 조합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는 것이다. 엄밀히 보면 소수노조가 차별받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즉, 근로자위원 의석수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차별은 소수노조 조합원의 징계가 문제된 사안에서 전체 근로자위원을 소수노조 조합원으로 충원할 때에만 시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배분의 한계가 있어 제로썸(zero- sum) 관계가 형성되는 물질적 급부가 아니므로 교대노조를 역차별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근로자 및 노동조합 보호의 취지에서 불이익의 직접상대방인 노동조합 측이 각자 징계절차에 온전히 관여하게 하는 것이 가장 차별과 거리가 멀다.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로 고안되었다. 따라서 창구단일화 제도의 정당성은 공정대표의무의 실질적 보장 여부에 달려있다. 그러나 법원은 그동안 물질적 급부를 대상으로 하는 실체적 공정대표의무를 판단하며 조합원 수에 따른 비례 배분 원칙을 적용하는 경향을 보여왔고, 이는 노조 간의 제로썸 관계를 강제하고 고착화하는 데 기여해 왔다.


‘징계절차 참여권’은 모든 노조에게 충분히 기회를 부여하더라도 닳지 않는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추상적 권리마저 ‘근로자위원 의석수’라는 계량적 문제로 환원하고, 자기 조합원 사건에 한해 최소 1인의 참여만으로 차별이 해소될 수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비례적 배분이라는 기존 해석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즉,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차별 시정 방법을 유연하게 모색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생각건대 이러한 한계는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고 노조 간의 경쟁을 제로썸 게임으로 변질시키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태생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으로, 법원 역시 이 굴레에 포획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창구단일화 제도에 대한 위헌론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출판일 2025.09.15  저자 김 린(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