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E LABOR CORPORATION
추락 방지 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 사고에서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판단
판결 요지
원심 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죄의 안전확보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주의의무 위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1. 개 요
가. 중대산업재해 개요
H회사[도급인]는 C회사[수급인]에 선박수리 공사 일부를 도급을 주어 C회사 소속 근로자에게 H회사 내에 있는 K선박에서 핸드레일(안전난간) 교체 등의 작업을 수행하게 하였다.
2022.2.19. C소속 근로자 M(이하 ‘재해자’라 한다)이 핸드레일 교체가 필요한 구간을 확인하던 중 화물창 갑판 하(下) 2층 핸드레일 소실 구간으로 추락하여 사망하는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하였다.
나. 피고들의 주장 및 쟁점
피고들은 1심과 원심에서 재해 발생 장소는 추락방호망 설치가 불가능하여 안전대 결착이 최선의 안전조치였던바,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는 재해자가 안전대를 착용했음에도 스스로 결착하지 않았고, 사고 당시 갑판 상부에서 진행된 중량물 낙하의 위험이 있는 해치커버 이동 작업으로 인해 작업이 중단되었음에도 재해자가 돌발적으로 작업을 준비하다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피고들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제반 의무 위반과 이 사건 재해 발생 사이 인과관계가 문제 되었다. 이하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판결의 주요내용과 그 시사점을 검토한다.
2.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판단
가. 관련 법 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제3항제1호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그 구체적 예방조치로서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 제43조제1항은 작업발판이나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 방망 등의 방호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 규칙 동조 제2항은 난간 등을 설치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거나 작업의 필요상 임시로 난간 등을 해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여야 하며, 다만 추락방호망을 설치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판결의 내용
1)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재해 발생의 인과관계
피고들은 추락방호망 설치가 불가능했고 안전대 결착이 최선의 안전조치였기에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설사 일정한 안전조치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예견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인가’를 기준으로 안전조치 의무 위반을 판단하여야 함을 전제하고 피고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판단하였다.
그 전제하에 구체적으로 설사 이 사건 재해가 핸드레일 보수를 위한 사전점검 중에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i)핸드레일 소실구간에 그 보수작업 전까지 사용할 가설안전난간을 용이하게 설치할 수 있었던 점, (ii)화물창의 구조, 규격 등을 고려할 때 기술상 수직형 방망 등 추락방호망 설치가 가능하였고, 핸드레일 보수를 위한 용접 시 발생하는 불꽃으로 인한 화재의 위험 또한 화재방지포를 추락방호망 위에 덮는 방식으로 용이하게 해결이 가능하였던 점, (iii)이처럼 기술적으로 가능함에도 피고인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추락방호망 설치를 아예 처음부터 고려조차 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피고들에게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있고, 그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재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또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재해자의 부주의한 작업행동에 기인한 산업재해라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재해자가 안전대를 착용하였으나 이를 결착하지 않아 발생한 재해라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1심과 원심 모두 (i)사고 발생 통로에 설치된 핸드레일이 그 구조상 중간 중간이 막혀 있어 통로 이동 중에는 안전대를 결착하고, 푸는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평소 근로자 대부분이 이동 시 안전대 고리를 결착하지 않은 점, (ii)그와 같은 사실을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관리자들이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ㆍ용인해 온 점, (iii)그와 같은 구조를 고려하여 근로자들이 작업 중뿐만 아니라 이동 중에도 상시 안전대를 결착할 수 있도록 라이프라인 등의 설비를 갖출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 사건 재해는 해치커버 이동 작업으로 작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재해자가 작업 준비를 행한 돌발행동에 기인한 것이라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해, 1심과 원심 모두 (i)H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사고 발생 당일 해치커버 이동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동시에 핸드레일 보수 작업을 승인하였던 점, (ii)시간 절약을 위해 틈틈이 핸드레일 보수 작업을 진행할 것을 명시적ㆍ묵시적으로 요구해온 점, (iii)부득이 동시 작업이 이루어질 경우, 도급인 H, 해치커버 이동 작업을 수행한 협력업체, 핸드레일 보수 작업을 수행한 C 소속 관리자들이 두 작업의 구체적 진행 일정, 상호 간 작업재개ㆍ중단, 신호ㆍ연락 체계를 조율하여 소속 근로자들에게 알려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3.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1심과 원심 모두 H회사[도급인]의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제1항제1호, 동법 시행령 제4조제5호, 제7호, 제9호가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재해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H의 대표이사가 (i)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를 평가하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사건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현장 관리ㆍ감독 및 안전조치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시행령 제4조제5호 관련), (ii)수급인을 포함한 전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추락방호망 및 라이프라인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시행형 제4조제7호 관련) 이 사건 재해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iii)H의 대표이사가 제3자에게 업무를 도급할 때 그 종사자의 안전ㆍ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수급인의 안전ㆍ보건관리비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였더라면, 추락방호망이나 라이프라인 등 추락방호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관리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견적을 제출한 C회사에 공사를 하도급하지 않거나, 최소한 관리비용에 대한 기준에 맞는 관리비용을 계상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하도급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동법 시행령 제4조제9호 관련), H의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제반 의무의 불이행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4. 시사점
가. 안전조치 의무 위반 판단의 기준으로서 ‘실질적인 안전조치의 이행’과 그 중요성
원심은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 하더라도 해당 산업 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대법원 2022.5.31. 선고 2020도3996 판결)을 인용하면서 안전대 결착이 가능했던바,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없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및 제39조가 사업주의 의무로서 정하고 있는 안전ㆍ보건조치는 최소한의 안전ㆍ보건조치의 이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ㆍ보건조치임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업재해 예방, 쾌적한 근무 환경의 조성, 안전 및 보건의 유지ㆍ증진에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업 현장에서는 이 사건 사업장과 같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고려조차 하지 않은 채 최소한의 안전조치만을 이행함으로써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법원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판단할 때뿐만 아니라 각 사업장에서부터 ‘어떤 안전ㆍ보건 조치가 실질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안전ㆍ보건 조치를 이행한다면 많은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산업재해 발생 원인의 일부가 근로자의 부주의한 작업행동일지라도 그 이면의 구체적 사실의 판단 필요
이 사건 재해는 근로자가 안전대를 결착하지 않은 점, 작업중지 중 근로자가 작업을 개시하였다는 점에서 일면 근로자의 부주의한 작업행동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판결은 단순히 그러한 사실뿐만 아니라, 그 사실의 이면에 있는 ‘왜 근로자가 그러한 부주의한 작업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살펴 판단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많은 산업재해가 근로자의 부주의한 작업행동과 사업주 등의 안전조치 의무 미이행이 결합하여 발생한다는 사실의 반영일 것이다. 또한 근로자의 부주의한 작업행동 그 자체가 이 사건과 같이 작업 기간의 단축, 높은 생산성 요구와 같은 구조적 원인, 그리고 안전조치를 취했을 때 더 큰 불편을 초래하여 실질적인 안전조치가 되지 못하는 상황 등에 기인한다는 사실의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설사 재해 발생 원인의 일부가 근로자의 부주의한 작업행동일지라도 (i)평상시 작업자들의 작업행동 및 방식, (ii)부주의한 작업행동의 원인, (iii)부주의한 작업행동에 대한 관리자 등의 인지 여부, (iv)개선 조치의 이행 여부 등을 면밀하게 살펴 사업주 등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업주 등이 안전조치를 함에 있어서도 근로자의 부주의한 작업행동의 원인을 살펴 이를 개선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하여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산업재해 예방에 있어 그러한 실질적인 안전조치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박소희(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법학박사,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