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E LABOR CORPORATION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개입한 경우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
판결 요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입은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신호위반 등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퀵서비스 기사인 원고는 이륜자동차를 운행하여 배달 업무를 수행하던 중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여 직진하다가 우측에서 좌회전하던 차량과 충돌하여 ‘경골 하단의 골절, 개방성, 아래다리, 우측’, ‘제1늑골을 침범하지 않은 다발골절, 폐쇄성(우측 제6, 7, 8번)’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위 사고가 원고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범죄행위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 본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불승인 결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가 위 불승인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은 퀵서비스 배달기사의 업무 특성상 신속한 음식 배달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교통사고는 배달업무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에 해당하는 점, 사고 당시 강수량 약 9mm의 비가 내리고 있어 원고가 시야를 완전히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차량의 진행을 인식하면서도 신호를 위반하여 직진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사고가 원고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발생한 것이고,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결정을 취소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를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고의ㆍ자해행위에 준하여 평가하여야 할 정도로 불법성이 있다거나,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 우연성이 결여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판결 이유로 언급하였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행위는 신호위반이다. 이는 도로교통법 제153조 제3항, 제5조 제1항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행위라 할 수 있으나, 고의로 신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 도로교통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하였을 때 사고가 오로지 근로자의 신호위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교통사고 발생 과정에서 근로자의 도로교통법 등 위반 사실이 있는 경우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 해당한다고 하여 요양급여 등의 부지급 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 해당할 수 있으며, 그 사고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사고 발생에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개입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범죄행위가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가 행정소송에서 취소되는 사례가 다수 보이며, 대상판결 역시 이에 해당한다.
대법원에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근로복지공단이 부지급 결정을 하는 것은 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신속한 보상을 저해하는 결과뿐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소송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 과정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범죄행위와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엄격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적용과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은 2023. 3. 법령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의 재해조사 매뉴얼을 제정하였으나,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무단횡단 등을 일률적으로 중과실에 의한 사고로 보아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는 것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 및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있으며, 위 매뉴얼에서 경과실에 의한 사고의 예로 들고 있는 사례는 애초에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 불과하다. 따라서 산재보험법의 규정 및 산재보험법의 취지와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부합하도록 위 매뉴얼을 개정하고, 처분 과정에서부터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적용 여부에 대한 적정한 판단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범죄행위로 인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는 것은,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제재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보호하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으므로, 범죄행위의 반사회성이 크지 않은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되는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근로자가 범죄행위로 인해 사고를 당하였다면 대부분의 경우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로 보기 어려울 것이므로 처음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지만, 그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넓게 보호하는 것이 산재보험법의 근로자 보호 취지에 부합한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 과정에서도 사고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면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되, 예외적으로 사고가 전적으로 근로자의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