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E LABOR CORPORATION
기업 임직원의 조직적 증거인멸에 대한 ‘양벌규정의 역적용’
[판결 요지]
하도급법은 원사업자 등이 제3조 제1항(서면의 발급), 제3조의4(부당한 특약의 금지), 제4조(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 제8조(부당한 위탁취소의 금지 등), 제10조(부당반품의 금지), 제11조(감액금지), 제12조의2(경제적 이익의 부당요구 금지), 제12조의3(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등), 제13조(하도급대금의 지급 등), 제18조(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 위반 행위 등을 하면 제30조 제1항 또는 제2항의 벌칙 규정에서 정한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하도급법 제3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0조의 위반 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제30조에서 정한 위와 같은 각 위반 행위를 원사업자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행위자나 원사업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원사업자가 아닌 행위자도 원사업자에 대한 제30조의 벌칙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대법원 2022.10.27. 선고 2020도1532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D사의 간부 직원들이다. 피고인 A는 조선사업부 조선협력사지원팀 및 해양플랜트사업부 해양노사협력사지원팀 담당 임원이고, 피고인 B는 조선사업부 조선협력사지원팀 팀장이며, 피고인 C는 해양플랜트사업부 해양노사협력사지원팀 팀장이다.
이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2017년 말경부터 2018년 7월경까지 D사의 협력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고 한다)에 D사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고 한다) 위반행위를 반복 신고했고, 공정위는 D사를 비롯한 조선 3사들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사했으며, D사의 협력사 대표이사는 노동청에 D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자 2018년 7월경부터 2018년 10월경까지 피고인 A는 피고인 B, 피고인 C 등 D사 직원들에게 문제가 되는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고, 위 지시에 따라 피고인 B, 피고인 C는 다른 D사 직원들과 함께 실제로 문제가 되는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2019년 12월 공정위는 D사에 과징금 약 208억 원을 부과하였고 D사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였다. 2021년 6월 검찰은 D사를 하도급법 위반으로 기소함과 동시에 자료를 삭제한 임직원들 역시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피고인 A는 피고인 B, 피고인 C 등 D사 직원들에게 타인의 형사사건인 D사의 하도급법 위반(서면 미발급, 대금 부당결정 등) 및 파견법 위반 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도록 교사하였다는 혐의, 피고인 B와 피고인 C는 D사의 다른 직원들과 공모하여 타인의 형사사건인 D사의 하도급법 위반 및 파견법 위반 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던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각 피고인들의 행위가 타인에 해당하는 D사(법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들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하도급법은 위반 행위를 한 행위자 본인도 ‘양벌규정’에서 처벌하는 것으로 일단은 규정하고 있어서 피고인들이 직접 처벌 대상인 행위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논의되었던 것이다.
일단 하도급법에서 이 사건에 적용되는 조항은 다음과 같다.
하도급법 제31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0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하도급법 제31조를 보면, 행위자가 동법 제30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자신이 처벌을 받는 것과 동시에 그 행위자를 사용하는 법인이나 개인도 해당 조항의 벌금을 부과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조문상으로는 행위자도 처벌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 행위자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는 동법 제30조를 확인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조항은 하도급법 제30조 제1항인데, 동 조항은 그 행위주체를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 즉 ‘행위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 않고 “원사업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하도급법 제30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제조등의 위탁을 한 하도급대금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0.1. 25., 2011.3.29., 2013.5.28., 2013.8.13., 2014.5.28., 2016.12.20., 2022.1.11., 2023.7. 18.>
1. 제3조제1항, 제2항(제3호는 제외한다), 제6항, 제7항 및 제12항, 제3조의4, 제4조부터 제12조까지, 제12조의2, 제12조의3 및 제13조를 위반한 자
2. 제13조의2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을 위반하여 공사대금 지급을 보증하지 아니한 자
3. 제15조, 제16조제1항ㆍ제3항ㆍ제4항 및 제17조를 위반한 자
4. 제16조의2제10항을 위반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협의를 거부한 자
일단 조문만 보면 이 사건의 피고인들이 하도급법 제30조 제1항의 “원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동법 제31조의 행위자에 속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사건의 경과는 이렇다.
1심 법원은 피고인들에게는 자신들의 행위가 공정위 조사에 대비한 것이고 공정위 조사는 행정절차일 뿐이어서 수사가 아니고 따라서 피고인들에게 장차 형사사건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증거인멸죄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2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공정위의 검찰 고발 가능성을 인식했고 특히 피고인 A와 피고인 C는 실질적인 하도급 업무 집행자가 아니어서 하도급법 제31조 양벌규정의 적용 가능성이 낮아 ‘타인의 사건’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피고인 B는 계약 승인권자로서 하도급법 제31조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건이 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3심인 대상판결에서는 피고인 A와 피고인 C 역시 하도급법 제31조상 양벌규정에 의해 직접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자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것은 아닌지 더 면밀히 심리해야 한다며 유죄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회사 구성원 사이의 내부 업무는 회사의 이익이라는 동일한 지향점 위에 상호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 회사 내 특정 부서나 팀에서의 업무에 대하여 다른 부서원이나 팀원들이 관여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피고인 A나 피고인 C가 하도급법에서 금지하는 이 사건에서 문제되었던 행위들과 전혀 무관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할 때 성립하는 것이며, 자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로 보아 처벌하지 않는 것이 우리 형사법의 대원칙이고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 또한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대법원은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에는 피고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행위자로서 처벌받게 될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자와 행위자 아닌 법인 간의 관계는, 행위자가 저지른 법규 위반 행위가 사업주의 법규 위반 행위와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적어도 중요 부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내용상 불가분적 관련성을 지닌다(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6도9367 판결,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2도8664 판결 등 참조)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견지에서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행위자로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 위반 행위와 관계되는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및 이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하도급법 제31조의 취지는 제30조에서 정한 위와 같은 각 위반 행위를 원사업자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행위자나 원사업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원사업자가 아닌 행위자도 원사업자에 대한 제30조의 벌칙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0도15325 판결 등 참조)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법원 입장 및 대상판결의 태도는 큰 문제점이 있다. 하도급법 제3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원사업자”와 동법 제31조의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 즉 “행위자”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고, 이 간극에 속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은 분명히 명시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동법 제30조 제2항이 “제1호에 해당하는 자”, 제3항이 “∼∼한 자”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과 매우 대조적이다.
하도급법 제30조(처벌) ② 다음 각 호 중 제1호에 해당하는 자는 3억 원 이하, 제2호 및 제3호에 해당하는 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3.5.28.>
1. 제19조를 위반하여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한 자
2. 제18조 및 제20조를 위반한 자
3. 제25조에 따른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자
③ 제27조제2항에 따라 준용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81조제1항제2호에 따른 감정을 거짓으로 한 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하도급법 제31조인 양벌규정의 ‘역적용’을 통하여 원사업자(법인)를 위해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움직인 임직원이 역설적으로 ‘나도 처벌받을 수 있는 위치’라는 점을 방패 삼아 증거인멸의 죄책을 벗어나는 상황을 인정하는 판단을 하고 있다. 대상판결을 비롯하여 대법원의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업무 범위나 권한 및 책임의 범위가 넓은 고위 임원일수록 증거인멸죄에 있어서는 더욱 넓은 면책 범위를 가지게 된다. 기업에서 하급자는 대체로 특정 실무에만 관여하게 되므로 그의 자료 삭제는 ‘타인의 사건’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서 증거인멸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하도급법을 포함한 경제법과 노동관계법 등 기업 관련 법령 위반 전반에 걸쳐 관리책임을 지는 임원 및 상급자는 어떤 자료를 삭제하든 ‘향후 내가 행위자로 처벌될 수 있는 나의 사건’이라고 주장하여 증거인멸죄에서는 무죄를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는 대상판결의 태도는 하도급법 위반, 파견법 위반 등 기업 관련 범죄를 조직적으로 기획하고 지휘하는 ‘몸통’일수록 증거인멸죄에서 빠져나가기 쉬운 구조를 만들고 있다. 본래 양벌규정은 행위자의 개별적 책임을 전제로, 그 행위자를 도구로 이용하거나 고용하여 이익을 얻는 법인 및 개인사업주에게 형사책임을 확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러한 양벌규정의 취지를 역전시켜, 행위자의 형사책임 규정이 불명확한 지점을 메우기 위한 도구로 양벌규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입법의 불비 내지 불명확성에서 오는 사법적(司法的) 공백을 ‘양벌규정의 역적용’이 아닌 보다 적정한 해석론, 그리고 이상적으로는 적절한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