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E LABOR CORPORATION
위임계약 형식으로 근무하는 생활가전 방문점검ㆍ판매 인력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결 요지]
생활가전제품의 제조ㆍ판매ㆍ임대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인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의 임대ㆍ판매ㆍ멤버십 등 영업 업무와 제품 점검 등 고객서비스 업무를 수행한 인력(이하 ‘원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그 실질에 있어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근로자성의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①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위임계약상에는 승진, 근무시간, 휴가, 징계 등 인사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② 원고들은 근무시간ㆍ근무장소 및 활동일수ㆍ건수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었고 활용된 업무용 어플리케이션만으로 업무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지휘ㆍ감독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③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피고로부터 전속적으로 지급받았다고 볼 수 없으며, ④ 소요시간을 불문하고 처리건수 등 이행실적에 따라 수수료가 지급되었으며, ⑤ 계약서상 자유직업소득자로 명시하고 관련한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며 4대 사회보험에서도 일반사업자로 취급되었다면, 설령 사용자의 브랜드ㆍ제품을 매개로 한 영업활동에 위임인으로서의 일정한 지시ㆍ관리가 수반되었더라도 원고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1. 사실관계
피고는 정수기ㆍ공기청정기ㆍ비데ㆍ연수기ㆍ음식물처리기 등 생활가전제품의 제조ㆍ판매ㆍ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1998년경 종래 방문판매 중심의 정수기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월 사용료를 내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임대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그 영업 업무와 고객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AL’이라는 직군을 고안하였다. 피고는 전국적으로 377개의 지국과 그 산하 1,051개의 팀을 운영하며, AL들은 본인이 활동할 지역의 지국을 선택하여 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해당 지국의 팀에 소속된다. 2025. 8. 기준 AL 규모는 약 11,162명에 이르고, 연령분포는 50대 47%ㆍ40대 31%ㆍ60대 12%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렌탈ㆍ판매ㆍ멤버십 등 관련 업무(영업 업무)와 제품 점검 등 고객 대응 업무(고객서비스 업무)를 수행한 AL 36명이다.
이 사건 계약서에는 AL이 ‘자유직업소득자’임을 확인하는 조항이 있고, 별도의 승진ㆍ근무시간ㆍ휴가ㆍ징계 등 인사규정은 없다. AL은 피고가 제공하는 ‘AO’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업무와 관련된 영상 및 매뉴얼을 통해 학습하였으며, 피고의 ‘AQ’ 프로그램을 통해 위임계약 체결 전 업무 수행을 교육받는다. AL은 평균 150~180명의 계정(관리고객 명단)을 분배받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방문일정을 입력ㆍ수행하며, 피고는 해당 자료를 토대로 수수료를 산정한다. 보수는 ① 렌탈 판매수수료, ② 점검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AV수수료, ③ 기타 수수료로 구성되고, 수수료율표는 전체 AL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나 실적에 따라 지급액 편차가 존재한다. 일부 원고의 경우 동일인의 월 수수료 지급액이 최소 960,118원에서 최고 17,886,496원에 이르는 등 현저한 변동성을 보였다. 원고들은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직장건강보험ㆍ국민연금ㆍ고용보험에서도 일반사업자로 취급되었다.
원고들은 “위임계약이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원고들 중 일부는 이 사건 계약을 유지한 채 근로자지위 확인을 구하였고, 나머지 일부는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 후 근로기준법에 따른 퇴직금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다툰 사건이다.
2. 대상판결 내용
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한 사용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법리를 확인하였다(대법원 2020.6.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대법원 2022.8.19. 선고 2020다296819 판결 등). 나아가 근로자성 인정의 구체적 징표로 업무내용의 사용자 결정 여부, 취업규칙ㆍ복무규정의 적용 여부,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지휘ㆍ감독, 근무시간ㆍ근무장소의 지정 및 구속성, 비품ㆍ원자재ㆍ작업도구의 소유와 제3자 고용 여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ㆍ손실의 위험 부담, 보수의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 사회보장제도상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으며, 사실심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인정할 만한 구체적 증거가 제출되지 않는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하였다(대법원 2006.11.9. 선고 2006다54637 판결, 대법원 2016.4.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한편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그 개념과 입법 목적을 달리하므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극적 제한을 넘어 근로기준법상 각종 작위의무와 급부의무를 지게 되므로 양자를 구별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명시하였다.
나. 구체적 판단
(1)적용규정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위임계약상 업무지원 규정, 위임계약 업무처리 규정, 위임계약 보관물관리 규정 등은 존재하나, AL의 승진, 근무시간, 휴가, 징계 등 인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2)근무시간ㆍ장소의 제한과 업무수행 방식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AL이 출ㆍ퇴근시간의 제약 없이 스스로 업무 사용시간을 조절할 수 있었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비교적 독립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였으며, 월별 활동일수와 처리건수도 1건에서 300건대에 이르기까지 큰 편차를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가 근무시간ㆍ장소를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최소점검시간 안내나 최종 약속 준수율, 서비스시간 준수율, 지국장의 목표 달성 독려는 위임계약상 서비스 관리 차원의 조치일 뿐 사용종속성에 이를 정도의 지휘ㆍ감독의 수준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3)업무용 어플리케이션(AO)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피고가 AL의 관리업무 내역과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기는 하나, 이를 통해 서비스 내용에 관한 구체적 업무지시나 업무 관여가 가능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오히려 위 어플리케이션은 피고ㆍALㆍ고객 사이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업무수행 지원, 수수료 책정을 위한 자료수집 용이성 등의 목적을 가지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 불만이 접수되어 AL에게 전달된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1차적 위험을 감수하여 AL의 위험부담을 낮추어주고, AL에게 접수된 불만을 안내하는 것은 위임계약의 수행 여부를 관리하여야 하는 위임인으로서의 역할로 판단하였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접근가능한 교육프로그램(AQㆍARㆍ에센스교육 등)의 시행과 시청 독려 역시 피고의 브랜드 이미지와 서비스 균질화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조치로 판단하였으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업무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지휘ㆍ감독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평가와 제재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피고가 AU서비스(고객서비스 업무 처리율)를 기준으로 AL을 평가하고, 위 평가 결과를 각 지국 평가에 일부 반영하기는 하나,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AL 개인에게 피고 차원의 직접적 불이익이나 제재가 가해지지는 않았다고 보았다. 또한 이러한 등급과 등급에 따른 시상은 영업 독려를 위한 동기 부여에 불과하여 사용자의 지휘ㆍ감독권 행사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5)비품 및 보수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피고가 최초 1회에 한하여 유니폼ㆍ기본물품ㆍ통신비 일부를 지원받기도 하고, AL이 보관물 관리에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보관물 관리 규정을 두기는 하였으나, 차량 유지비ㆍ유류비ㆍ개인 판촉 비용 등은 AL이 자비로 지출하였기에 원고들의 독립사업자성을 부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수수료는 이 사건 계약의 이행실적에 따라 상ㆍ하한 없이 결정되었으며, 원고들 사이에서도 실적에 따라 월 지급액 편차가 현저하였고, 수수료가 업무에 투입한 시간에 따라 비례하여 지급된 것이 아니라 처리건수 결과에 따라 지급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큰바, 해당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계약이 원고들을 자유직업소득자로 명기하고, 실제로도 사업소득세 납부와 사회보장제도 일반사업자 처우가 이루어졌으며, 원고들의 소득이 피고의 사업에 종속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판단하는 지표에 불과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더 강한 인적 종속성이 요구된다는 점도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근거로 작용하였다.
(6)계약의 계속성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위임계약이 1년 단위로 자동갱신되는 등 계약관계가 상당 부분 지속적이었고, 어느 정도의 전속성도 인정된다 하더라도, 계약기간 중에도 업무일자ㆍ건수를 조절할 수 있었고, 해당 월에 1건의 업무도 수행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며, AL의 겸업이 금지되지 않고 실제로 AL의 8%가 겸업에 종사한다는 점, 업무 중단 시 피고로부터 사전 승인 등의 제한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이를 근로계약과 같은 계속성ㆍ전속성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이상의 판단을 종합하여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사용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근로자지위 확인 청구와 퇴직금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3. 검 토
대상판결은 생활가전 방문판매ㆍ점검 직군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최근 하급심의 입장을 보여주는 판결이다. 피고 회사의 방문점검원(이른바 ‘코디’)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 2012.5.10. 선고 2010다5441 판결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판결은 동일 직군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기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3. 6.14. 선고 2022누56861 판결). 추가로, 동일 피고 회사 소속 수리기사에 대하여는 구체적 업무지시, 출근의무, 지휘ㆍ감독 등의 요소를 근거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 바 있다(대법원 2022.3.17. 선고 2021다302155 등 판결).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구별하는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통해(대법원 2018.6.15. 선고 2014두12598 판결, 2024.9.27. 선고 2020다267491 판결 등) 대상판결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소득이 피고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정은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지표가 될 수 있으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보다 강한 인적 종속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대상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업무용 어플리케이션(AO)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①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구체적 지시ㆍ변경이 강제되는지, ②사용 목적이 업무수행 지원과 수수료 산정에 한정되는지, ③제공된 지침ㆍ매뉴얼이 통일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요최소한의 조치인지를 기준으로 심사하여, 해당 어플리케이션이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수단이 아니라 위임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수단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접근은 모바일 플랫폼 앱을 통한 업무 내용 결정과 지휘ㆍ감독 구조를 근거로 플랫폼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2024.7.25. 선고 2024두32973 판결(타다 판결)과 비교될 수 있는 것으로, 어플리케이션 기능과 구조를 심사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디지털 기반 노무제공자의 근로자성 판단에 참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의 의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직군이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별도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동일 직군의 보호가 두 법률에서 서로 다른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둘째, 이 사건에서 활용된 업무용 어플리케이션의 활용 방식 등에 대하여 검토함으로써 향후 디지털 기반 업무 관리 수단이 지휘ㆍ감독의 징표로 판단될 수 있는 일부 기준을 제시하였다.
다만 서울고등법원 2022누56861 판결이 같은 피고의 방문점검원들에 대하여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업무 관리, 겸업 비율, 실적 연동 수수료 구조 등의 사실관계를 근거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 대상판결의 원고들이 거의 동일한 구조 아래에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임에도 ‘위임업무 지원 수단’, ‘비교적 독립적 노무 제공’ 등으로 다르게 평가한 사안에 대하여서는 상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현재 코웨이 방문점검원 약 2천여 명이 근로자성을 근거로 한 주휴수당ㆍ연차수당 등 법정수당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 중인바, 대상판결의 논리가 후속 소송에서 어떻게 판단될 것인지, 그리고 동일 기업 내 수리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과의 정합성을 어떻게 구체화해 나갈 것인지는 지속적으로 살펴볼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