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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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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 작성자 : 노무법인 두레
  • 작성일 : 2026.09.05
  • 조회수 : 212

◈ 울산지방법원 2026.8.27. 선고 2024구합5036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 울산지방법원 제1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4구합5036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6.06.04.

   * 판결선고 : 2026.08.27.

    

   【주 문】 1. 피고가 2023.11.6.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이○훈(1969년 *월 **일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4.3.1. 로봇자재 관리 및 납품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보○스틸(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생산직으로 근무하다가 2022.1.1.부터 로봇자재 관리 납품(관리 차장) 업무를 수행하던 중 2022.12.25. 21:15경 이 사건 사업장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이하 ‘이사건 재해’라 한다).

   나.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로, 2023.4.25. 피고에게 망인이 수행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하였다.

   다. 피고는 2023.11.6. 원고에게 ‘망인이 2022.1.1.부터 사무직 차장으로서 재해일까지 직책을 수행한 지 약 1년 정도로 업무에 충분히 적응된 상태이고, 책임이나 부담 정도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 점, 망인이 연장 및 휴일근무를 하였으나, 산정된 근로시간이 자해행위를 유발할 정도로 길지 않은 점, 장시간 근로로 인해 사업장 측에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없는 등 업무로 인해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져 자해행위에 이르게 된 근거가 부족한 점, 장시간 근로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나, 망인이 미지급 수당 등을 청구한 사실이 없는 점, 자해행위는 업무 이외의 사유로도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망인은 사망 전 생산직에서 관리자 업무로 전환됨에 따라 생소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납기를 맞추기 위하여 과로하였다. 그럼에도 포괄임금제로 인하여 초과근무수당 등 적절한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망인이 수행한 업무 이외에 자살을 할 아무런 개인적 동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망인이 수행한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나. 인정 사실

   앞서 인정한 증거들, 갑 제4, 5, 9 내지 12, 18호증, 을 제2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영○대학교병원장, 강북○○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의 업무 내용 등

   - 근무기간 : 2014.3.1. ~ 2022.12.25.(2014.3. ~ 2021.12. 로봇○○부에서 소재, 절단 Pin자재관리 업무를 담당하다가 2022.1.부터 구매○○부에서 로봇자재 관리 및 납품 업무를 담당)

   - 근무형태 : 정규직, 상시주간근무, 주휴 2일

   - 망인의 사망 전 평균 근무시간 : 사망 1주일 전 61시간 30분 / 4주간 1주 평균 61시간 30분 / 12주간 1주 평균 57시간 45분

   2) 응급 간호기록(2022.12.25. 중○병원)

   - 2022.12.25. 20:29 : 주○ 119타고 s-car에 누워 내원. C.C) coma mentality P.I) 오후 8시 10분경 공장인도 도로에 엎드린 채 발견되어 신고되었다고 하며 119 현장 도착(20:17)시 환자 바닥에 엎드린 채 발견되었으며 의식, 호흡, 맥박 없는 상태로 CPR 4cycle 후 내원했다 함-119 진술

   - 2022.12.25. 20:44 : 우측 팔, 양쪽 다리 골절 확인됨. 사지 청색증 확인되는 상태이며 혈관 확보 어려운 상태로 E.T tube로 에피 처치하기로 함.

   - 2022.12.25. 21:15 : EKG상 무수축 확인됨. 의식, 호흡, 맥박 없음. 사망 선언함.

   3) 시체검안서(○병리과의원, 2022.12.25.)

   - 사망일시 : 2022.12.25. 21:15

   - 사망의 원인(직접사인) : 두부손상 및 다발성 장기손상(추정)

   - 사망의 종류 : 외인사(추락), 자살(추정)

   4) 입건 전 조사 결과보고서(경남김해○○경찰서, 2023.3.2.)

   - 변사자의 휴대전화 : 배우자 및 딸과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글귀인 ‘못난 남편 만나서 정말 미안, ○○아 아빠 정말로 미안하고 사랑해, 능력이 안 되는 아빠가 우리 식구를 사지로 내모네 큰형한테도 너무 미안하고’라고 작성한 메시지가 확인되나, 해당 메시지는 전송하지 않고 임시저장형태로 남아있음.

   - 현장 CCTV : 2022.12.25. 09:38경 망인이 출근하여 공장동으로 들어갔다가 09:46경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사무실 동으로 들어가는 모습 확인됨. 같은 날 11:59경 망인이 회사 식당으로 갔다가 12:18경 사무실 동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됨. 같은 날 19:03:45경 망인이 회사 외부 인도에서 추락하는 모습이 확인됨.

   5) 보험가입자 및 동료 근로자 의견

   가) 보험가입자 의견

   - 근로시간은 08:00~17:00(연장근무 시 ~ 20:00)이나 업무시간을 초과하여 근무를 하더라도 작업일지를 작성하거나 보고를 하지는 않음.

   - 망인은 자재를 구매하여 로봇제품을 조립하여 원청사에 납품하는 업무를 하였으며 주 1~2회 정도 납품을 해야 함. 망인이 업무량 초과로 충원을 요청하지는 않았음.

   - 망인의 의견을 수렴하여 2022.1.1.부로 현장직에서 사무실 차장으로 발령하였고, 사무실 업무에 적응할 때까지 로봇파트의 자재입고 관리와 원청사 납품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음.

   - 업무량을 축소하여 사무업무에 대한 배려를 하였고, 망인이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스스로 연장근무를 함에 있어 당사의 강요나 억압은 없었음.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 및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보는 것은 적합하지 않고, 회사 측은 재해경위에 대해 불인정함.

   나) 동료 근로자 의견

   - 망인의 관리직 전환의 특이사항, 이슈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함. 관리직으로서 추가적인 업무 부담은 별도로 추가 발생된 부분이 특별히 없었기에 망인이 생산직에서 관리직으로 변경되었다는 인지 자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함.

   - 망인이 자재/재고 관리 현황에 대한 업무를 진행해줘야 본인이 후속 업무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망인이 초과근무, 휴일근무를 했다면 본인 역시도 그에 준하는 초과근무를 해야 하나, 본인의 기억에 남을 만큼의 특이사항은 없었으며, 망인의 업무가 변동성이 큰 업무가 아니고, 동일한 작업의 반복이기 때문에 새로운 업무에 대한 어려움으로 보기도 힘들다.

   - 객관적으로 보아 업무와 재해를 연관시켜 볼 수 있는 근거는 마땅히 찾아보기 어렵다. 질의문답서에 나열된 원인들을 빗대어 봐도, 전혀 그런 전조증상을 느낀 적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6) 이 법원의 영○대학교병원장, 강북○○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가) 감정의 사○○(직업환경의학과)

   ○ 망인의 근무조건이 업무상 스트레스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 있음

   - 망인은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

   - 연장 근로 외에도 휴일근무가 빈번하였고, 이는 신체적 회복과 정신적 안정을 저해하여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였을 가능성 높음.

   - 충분한 휴식 없이 장시간 근로를 지속할 경우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우울감, 불안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 있음.

   ○ 망인은 자신의 업무가 생산 공정 전체의 흐름과 효율성에 직결된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을 가능성 있음. 망인이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를 지속한 것은 망인의 책임감으로 업무량을 스스로 조정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가능성을 뒷받침함. 육체적 피로와 함께 정신적 소진을 유발하였을 가능성 있음.

   ○ 노력-보상 불균형 모델(Effort-Reward Imbalance Model)에 따르면, 개인이 투입하는 노력에 비해 받는 보상이 부족하다고 인식되면 심리적 불만족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장기적으로 정신적 소진과 우울, 불안 등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

   ○ 망인이 작성한 메시지에는 자신이 가족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극단적이고 절망적인 표현 사용하고 있음. 이는 자신의 상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심각한 우울 상태나 절망감을 느끼는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음.

   ○ 망인이 크리스마스 휴일임에도 회사에 남아있던 점과 휴일 및 장시간 근로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가능성 높았을 것으로 추정.

   ○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자해행위에 의미있는 기여를 하였을 것으로 추정됨.

   - 장시간 근로와 휴일 부족에 따른 육체적 심리적 부담.

   - 업무 환경 변화 및 자신의 업무가 동료와 공정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으로 인한 책임감과 압박감 증대.

   - 망인이 작성한 유서 형식의 메시지는 극단적인 자책감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절망감이 나타났는데, 이는 심각한 우울 상태와 스트레스가 내재화된 결과로 해석됨.

   2) 감정의 조○○(정신건강의학과)

   ○ 망인이 자해행위를 할 당시 심신상실 혹은 정신착란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할 근거는 불충분함.

   ○ 2022년 발간된 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로시간은 자살사고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됨. 망인의 긴 근로시간이 (자살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려움. 우울증이 없는 대한민국 근로자들의 자살사고와 부적절한 보상의 연관성은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함.

   ○ 장기간의 근로와 적은 보상액이 어느 정도 자살사고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판단되나, 이 사건 이전에 망인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고, 이전의 우울감이나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에 대해 판단할 근거 자체가 빈약함.

   ○ 최근 1년간 경험한 주요 생활 사건들이 얼만큼의 스트레스를 주는지 점수로 합산해서 스트레스 관련 건강위험을 가늠해보는 ‘홈즈-라헤 스트레스 지수’에 따르면,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심한 배우자의 사망을 100점으로 보았을 때 보직 변경 항목이 36점에 해당함. 망인에게 어느 정도 스트레스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 번아웃 자체가 자살사고(자살생각) 자체와의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음. 망인은 재해 직전 지속된 장시간 근무로 인해 번아웃 상태가 있기 쉬웠을 것으로 보이며, 이 상황이 자살사고(자살생각)와 연관성이 있었음을 배제하기 어려움.

    

   라. 판단

   1)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6.9. 선고 2011두3944 판결 등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 갑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면, 망인은 업무의 변경, 장시간 연장 및 휴일근무 등의 업무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① 피고는 망인의 초과근무시간을 세콤 기록을 기준으로 산정하였으며, 망인이 퇴근시간을 기록하지 않은 때에는 연장근무는 없는 것으로 산정하였다(갑 제3호증 13면 참조). 보험가입자 의견서의 뒷면에 망인의 출퇴근 시각 산정내역이 첨부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위 세콤 기록은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가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위 세콤 기록이 망인의 근무시간을 정확히 산정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망인의 2022.11.1. 근무시간과 관련하여 위 세콤 기록은 출근시각을 07:38으로, 퇴근시각을 17:01으로 각 표기되어 있고, 2022.11.2. 출근시각은 기재되어 있지 않고, 퇴근시각은 20:10으로 기재되어 있다. 2022.11. 1 및 2022.11.2. 연장 근무시간은 모두 0시간이다(갑 제4호증 5면 참조). 그러나 망인이 2022.11.2. 00:18경 배우자인 원고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에는 망인이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이 확인된다(갑 제6호증 3면). 즉, 망인은 2022.11.1.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밤샘 근무를 하고 다음 날인 2022.11.2. 20:10경에 퇴근한 것으로 보이는데(이에 따라 망인의 2022.11.2. 출근시각이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산정한 연장근무 시간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망인과 원고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퇴근하지 못하고 다음 날에도 근무를 이어가는 등의 연장근로를 자주 해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위와 같은 연장 근무내역이 전혀 조사된 바도 없다. 오히려 망인은 이 사건 재해 무렵에 피고가 산정한 근무내역을 초과한 연장 및 휴일 근무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② 피고는 위 세콤 기록을 토대로 망인의 연장 근무시간을 산정하였으나, 출근 내지 퇴근 시각이 기록되어 있지 않는 경우 이를 모두 연장근무로 인정하지 않았다. 망인의 근무환경 및 종전 근무내역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퇴근시각을 기록하지 않았을 때도 연장근무를 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함에도 퇴근시각이 공란으로 되어 있는 날 망인의 연장근무 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추가적인 조사에 나아가지 않았다. 특히 2022.11.1. 및 2022.11.2.은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밤샘 근무를 지속하다가 정규 근무시간을 넘어 퇴근한 것으로 보이는데, 망인에 대한 연장 근무시간은 0시간이다. 피고가 망인에 대한 근무시간 산정의 기초자료로 삼은 위 세콤 기록을 망인의 근무시간으로 볼 수 없고, 피고에게 망인의 근무시간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조사권한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가 망인의 근무시간을 정확히 산정하려는 노력을 하였다는 어떠한 자료도 찾아보기 어렵다.

   ③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주로 생산직으로 근무하다가 2022.1.경부터 관리직으로 전환되었다. 망인이 이 사건 재해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는 이 사건 사업장의 다른 동료들의 업무처리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고, 망인이 자살을 결정함에 있어 망인이 담당한 위와 같은 업무 특성 역시 상당히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망인의 업무변경과 이 사건 재해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존재하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변경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망인은 업무변경으로 인하여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휴일 및 연장근무를 이 사건 재해 당시까지도 이어오고 있었는바, 망인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경된 업무에 적응하였다기 보다는 오히려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감당하기 힘든 업무를 맡게 된 망인이 할당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근로시간을 자발적·비자발적으로 연장하여 가며 업무를 처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는 망인의 업무 변동에 따른 급여가 상승하였으므로 망인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피고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망인의 2021년 12월 급여는 3,036,927원이고, 2022년 12월 급여는 3,424,426원으로 약 38만 원 상승한 수준인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망인의 연장 및 휴일 근무시간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보상은 망인 및 망인의 가족들이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망인이 자살을 하기 전 업무상 스트레스와 관련하여 통원 치료를 받은 내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업무상 스트레스가 발생하더라도 가족 내지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정신과 등에 치료를 받지 않고 자살을 결정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으므로, 망인이 자살을 결정하기 이전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⑥ 피고가 세콤 기록을 토대로 산정한 망인의 근무시간이 망인이 이 사건 재해 전 실제 근무한 시간보다 현저히 적게 산정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감정의들은 피고가 산정한 망인에 대한 근무시간에 의하더라도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 내지 소위 말하는 번아웃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는바, 망인의 실제 근무시간이 이를 초과할 것이라는 사정을 더하여 보면,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한 상당한 양의 과로가 망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분명하다.

   ⑦ 망인의 이 사건 재해 당시 건강 상태, 가족들 사이의 관계 등 업무상 요인 이외의 요인으로 망인이 자살을 결정하였을 원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망인이 자살을 실행하기 전 작성한 메시지 등에 의하면, 망인이 자살을 결정한 결정적 요인은 장시간 근로를 하면서도 그에 따른 불충분한 보상으로 인하여 가장으로서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하였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송재윤

   판사 이충원

   판사 전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