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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방법 및 그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의 정도 /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당해 근로자)

  • 작성자 : 노무법인 두레
  • 작성일 : 2021.05.29
  • 조회수 : 59

☞ 대법원 2020-8-20. 선고 2018두46155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5. 15. 선고 2017누66741 판결
판시사항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방법 및 그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의 정도 /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당해 근로자)
[2] 학습지 등 교육서비스업을 하는 갑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본사 사무직으로 근무하다가 직무순환 제도에 따라 지점 학습지 교사로 발령받아 학습지 교사로 근무하던 을이 두통 등의 증상으로 응급실에 이송되거나 내과의원을 방문하여 상세불명의 고혈압 진단 등을 받았는데 공휴일 등에도 출근하거나 회사 워크숍에 참석하는 등 쉬지 못하고 계속 근무하던 중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후 ‘뇌실질내 출혈, 좌측 기저부 및 뇌실내 출혈’ 진단을 받은 사안에서, 을은 고혈압 위험인자를 가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바뀐 업무 환경에서 3개월 이상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누적되어 위 상병이 발병한 것으로 보여, 을의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고 한 사례
재판요지
당사자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때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두23764 판결,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생년월일 생략)생으로 2009. 5. 18. 주식회사 대교(이하 ‘대교’라 한다)에 입사한 후, 2009. 5. 18.부터 2015. 3. 31.까지 본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였다. 이후 대교의 직무순환 제도(Career Development Program, 이하 ‘CDP 제도’라 한다)에 따라 2015. 4. 1. ○○○○지점 학습지 교사로 발령받아 1개월 동안의 교육을 마치고, 같은 해 5. 1.부터 학습지 교사로 근무하였다. 본사 직원은 CDP 제도에 따라 의무적으로 1년 동안 현장근무를 하게 되는데, 1년이 지난 후 성과가 부진한 경우에는 6개월 추가적으로 근무를 해야 하고, 최대 18개월의 현장근무 후에도 성과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직무 재배치된다.

나. 원고는 ○○○○지점 발령 전까지는 본사에서 1주일에 5일, 1일 9시간(점심시간 제외) 근무하였다. ○○○○지점 발령 후에는 1주일에 5일 근무하였는데, 오전에는 회원 관리 준비 등을 하고, 오후에는 학생들을 찾아가 방문수업을 진행하는 등 1일 12시간(점심시간 제외) 근무하였다. 원고는 방문수업 외에도 회원의 추가적인 입회를 촉진하고, 탈퇴를 방지하는 등 영업활동을 하였으며, 필요할 경우 회비를 수금하였고, 주말에도 회원 모집을 위한 홍보활동을 하거나, 보충수업을 하였다. 원고가 관리하던 회원 수는 2015. 6.에는 104명, 2015. 7.에는 106명, 2015. 8.에는 107명으로 점증하였으나, 회원의 순증인원(입회-퇴회)은 6월에 12명, 7월에 6명, 8월엔 3명으로 점점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퇴회지수와 순증지수가 중요하게 반영되는 대교의 핵심 성과지표(KPI)에 따라 원고의 성과평가결과가 2015년 5~6월의 A등급에서 같은 해 7~8월에는 C등급으로 하락하였다.

다. 원고는 ○○○○지점에서 학습지 교사로 근무하던 중 2015. 8. 13. 두통과 발한 등의 증상이 나타남에 따라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상세불명의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사로부터 추가 검사를 권고받았으나, 원고는 귀가한 후 다시 업무에 복귀하여 임시공휴일인 2015. 8. 14. 평소와 다름없이 12시간 근무하였을 뿐 아니라, 토요일이자 공휴일인 같은 해 8. 15.에도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예정대로 회사 워크숍에 참석하였다. 또한 원고는 2015. 8. 20.과 26일에도 두통 증상으로 □□□ 내과의원을 방문하여 상세불명의 고혈압 진단 등을 받았다. 이처럼 쉬지 못하고 계속 근무하던 중 원고는 2015. 8. 27. 02:00경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후 ‘뇌실질내 출혈, 좌측 기저부 및 뇌실내 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라. 피고가 제출한 재해조사서에 의하면 원고는 2015. 7. 30.부터 2015. 8. 5.까지 7일간 여름휴가로 휴식을 취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이내에 매주 60시간을 근무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실시된 건강검진에서 매년 ‘고혈압 전 단계’로 ‘건강관리에 주의’하라는 진단을 받았다.

3.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입사 이후 약 6년 동안 줄곧 본사 사무직으로 근무하여 오다가 이 사건 상병 발병 약 4개월 전부터는 CDP 제도에 따라 지점의 영업직 학습지 교사로 발령받아 미취학 아동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에게 국어, 수학, 영어 등 수리와 어문을 함께 지도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또한 원고는 회원이나 회원 학부모와 직접 조율하여 방문수업의 일정을 관리하고, 방문수업을 전후하여 회원 학부모 등과 학습상담을 하는 등 대면 업무를 주로 수행하게 되었다. 이처럼 기존에 원고가 담당하였던 업무의 내용과 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원고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나. 원고는 학습지 회원입회 촉진 및 탈퇴 방지 등을 위해 회원 모집을 위한 영업활동도 수행하였다. CDP 제도에 따라 본사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실적이 요구됨에도 이 사건 상병 발병에 가까워질수록 원고의 실적이 악화되었고,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학습지 설명회 업무, 회사 워크숍 참석뿐 아니라 일부 회원에 대한 보충수업까지 수행해야 했다.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병 2주 전부터 세 차례 두통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고, 추가 검사를 받으라는 의사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채 즉시 업무에 복귀한 것도 위와 같은 업무실적 부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의 업무 강도와 근무시간도 학습지 교사 발령 전과 비교할 때 대폭 증가하였다. 원고가 본사 사무직으로 근무할 때에는 하루 평균 9시간, 1주당 평균 45시간을 근무하였으나 학습지 교사로 발령이 난 이후에는 7일간의 여름휴가 기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평균 12시간, 1주당 평균 60시간을 근무하였다. 2015. 8. 10.부터 2015. 8. 14.까지는 그 직전의 여름휴가로 하지 못한 부분까지 합해 2주분의 수업을 해야 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에 업무로 인하여 큰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과로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1주일의 여름휴가로는 원고의 평소 만성적 과로 상태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라고 볼 수 있는 고혈압 전 단계의 기존 질환이 있었고, 이 사건 상병 발병 2주 전에는 고혈압 진단을 받기도 하였으나, 원고가 학습지 교사로 근무하기 전에는 별 이상 없이 근무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경과만으로 뇌출혈을 일으킬 정도로 위중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업무 강도와 근무시간이 대폭 증가하고, 심리적 스트레스가 더해져서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넉넉히 추단된다.

마. 결국 원고는 고혈압 위험인자를 가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바뀐 업무 환경에서 3개월 이상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누적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객관적 과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권순일, 박정화, 김선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