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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쌍용차 노조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 판단과 그 의미
[1] … 그 직무수행 중 특정한 경찰장비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관계 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가하였다면, 불법적인 농성의 진압을 위하여 그러한 방법으로라도 해당 경찰장비를 사용할 필요가 있고 그로 인하여 발생할 우려가 있는 타인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의 정도가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범위 내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수행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경찰관이 농성 진압의 과정에서 경찰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함으로써 그 직무수행이 적법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상대방이 그로 인한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를 면하기 위하여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장비를 손상시켰더라도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2] 일반적으로 영업용 물건이 손괴된 경우 수리를 위하여 필요한 기간 동안 그 물건에 의한 영업을 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영업을 계속하였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수익상실은 통상손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영업용 물건이 손괴되었더라도 위법행위의 태양, 물건이 사용 및 손괴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가해자가 그것이 영업용 물건으로서 이를 손괴함으로써 그 물건을 이용하여 얻을 수 있었던 영업수익이 상실될 수 있다는 사정을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없었다면 그러한 경우까지도 위 손해가 통상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 진압작전 과정에서 … 대항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기중기가 손상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진압작전 중 기중기가 손상되는 것은 원고 스스로가 감수한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 느린 속도로 이동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인 기중기를 위와 같이 그 용법을 벗어난 방법으로 사용하였다면 … 이 사건 기중기가 손상된 구체적 경위와 부위, 손상 정도 등을 심리하여 이를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데 참작하였어야 하고, 나아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고가의 장비 손상은 불법 집회ㆍ시위에 통상 수반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사정도 참작하여 그 책임을 제한함이 타당하다.
2023년 1월 현재 국회에는 ‘노란봉투법’으로 통칭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 노란봉투법이란 쌍용차 손해배상 사건에서 노동조합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모아 전달한 것으로부터 유래된 것일 만큼, 쌍용차 사태는 파업과 손해배상에 있어서 대표적인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가져왔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시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에 관한 것이지만, 쌍용차 사건의 손해배상 중 또 다른 쟁점은 파업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였다.
2009년 쌍용차는 구조조정으로 근로자들을 대거 해고했다.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반발한 노동조합은 평택 쌍용차 생산공장을 77일간 점거하며 파업했고, 노사의 대립이 지속되자 경찰은 진압 작전을 벌였다. 이후 같은 해, 경찰은 파업 진압 과정에서 헬기와 기중기 등 인적ㆍ물적 피해를 입었다며 쌍용차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1심은 쌍용차 노조에게 약 13억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 2심(이 사건 원심)은 배상금 액수를 약 11억 2,000만 원으로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금액을 노조의 배상책임으로 인정했다. 이에 대한 최종심인 대상판결은, 헬기 손상과 기중기 손상에 관한 손해배상 판단 법리와 손해액 산정 부분에 관한 원심판결을 파기ㆍ환송하였다.
쌍용차 사태에서 경찰이 노조 등에 대한 손해배상은 주로 헬기 및 기중기 손상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관하여 원고의 주장 손해액과 1심과 원심이 인정한 손해액은 다음과 같다.
<표 : 첨부파일 참조>
대상판결에서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피고들의 헬기에 대한 손상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헬기를 이용한 경찰 진압작전의 위법성 여부)이고, 그다음으로 기중기 손해액 산정의 합리성 여부이다. 후자는 기중기 임대인의 휴업손해 부분이 피고들이 예상가능한 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수리비 손해에 관하여 원심의 20%의 책임제한(원고:피고의 책임비율=20:80)이 현저히 불합리한지 여부로 나누어진다.
이 쟁점들에 대하여 대법원은 앞의 [판결요지]와 같은 법리를 근거로, 원심 판결 중 <표 1>의 ⑤헬기 손상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 ⑥기중기 손상에 관한 손해배상액에 휴업손해액을 포함시킨 부분과 기중기 손상에 관한 책임을 80%나 인정한 부분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ㆍ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파업 시 경찰관의 직무수행 및 장비 사용에 관한 재량권의 한계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쟁의행위의 합법성 유무에 상관없이 과잉진압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2009년 쌍용차 파업 이후 13년, 원심의 판단 후 6년 5개월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특히 원심 이후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주장뿐만 아니라 정부기구에서도 쌍용차 노조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위법하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노동 현실에서 다시는 쌍용차 사태와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안되겠지만, 만약 이와 유사하게 ‘경찰의 노조 진압에 대한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문제될 경우 다른 사건에서도 이러한 법리가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법원의 후속 판결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출처 :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